Criticism-2018

J.
지이아프(JIIAF), 생태학의 담론으로 거듭나는 자연환경미술제


김성호
KIM Sung-Ho – 미술평론가_Critic

중앙대 서양화과, 동 예술대학원 문화예술학과 졸업
파리1대학교 미학예술학 박사
모란미술관 큐레이터, 미술세계 편집장, 쿤스트독미술연구소장
성남문화재단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
2008 창원아시아술제 전시감독2014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전시총감독
2015 바다미술제 전시감독
2016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총감독
2018 다카르비엔날레 한국특별전 예술감독
저서로『 큐레이터 이원일 평전』 (사문난적, 2015) 등 5권의 미술평론집을 출간
현재, 미술평론가 및 독립큐레이터.


프롤로그

이번에 열리는 《2018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 & 대한민국환경디자인대전(Jirisan (Mt.) International Arts Festa & Award 2018)》은 두 유형의 다른 전시이자, 한 몸의 행사이다. 전자가 순수 예술가들을 초대해 생태예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심층생태학(Deep ecology)’, ‘정신생태학(Spiritual ecology)’의 차원에서의 ‘자연환경미술프로젝트’라고 한다면, 후자는 생태 보존의 지속 가능성을 실천적 차원과 ‘사회생태학(Social ecology)’의 차원에서 고민하는 디자인 공모전이라 하겠다. 양자가 ‘두 전시의 한 행사’로 치러지는 까닭은 최근 생태학의 화두인 통섭적 생태학의 면모를 고민한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의 생태학은, 자연을 인간과 별리된 것으로 대상화한 채, 인간을 위한 일시적 환경 개선 등을 화두로 삼았던 이전 시대의 실천과 달리, 인간과 자연을 한 몸으로 인식하고 공동 번영을 도모하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의 생태학을 실천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리산아트페스타(JIIAF)》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번 행사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자연-순수예술-디자인-인간’의 관계를 성찰하면서 학제간 통섭을 도모하는 생태미학을 실천하고자 한다. 이 환경예술제에 내재한 통섭의 양상은 생태예술운동, 생태예술 공동체, 거주민과의 소통 등을 화두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사회학적 관점이 중심에 자리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것은 예술과 사회 양자 모두를 함께 생각하는 만큼, 사유와 성찰이 다차원적이고 통섭적이다. 경남 하동 〈지라산아트팜〉 일원에서 펼쳐지는 하동 행사와 더불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의 서울 행사를 순차적으로 갖는 것도 이러한 사회학적 사유와 실천을 고려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본다.


Ⅰ. 지이아프(JIIAF)의 생태예술과 예술사회학적 접근

지이아프는 2011년 〈한국조형예술원(KIAD)〉 내에 ‘지리산생태아트파크(지리산아트팜)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리산생태아트파크 추진지원단’이 발족하면서 가시화되었다. 이후 수많은 노력들에 의해 《2016 지리산국제환경생태예술제》, 《제1회 대한민국환경생태디자인대전》을 개최하게 되었고, 해를 거듭하면서 올해 3회에 이르는 행사를 치르게 되었다.

다만 올해부터 ‘생태’라는 용어를 빼고 두 행사를 ‘그리고(&)’로 연결하여, 《2018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 & 대한민국환경디자인대전》로 표기한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러한 조치는 이 행사가 대중에게 아직은 낯선 생태학 혹은 생태미학의 관점을 접고 비교적 친숙한 자연환경을 내세우는데 집중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주최 측은 예술이 당면한 ‘자연 대 인공’의 관점에서 태생적으로 인공적인 예술을 생태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는 관객의 반문에 답하기 어려운 지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관객에게 있어 생태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으로 인식되지만, 실제의 생태학은 ‘자연뿐 아니라 문화의 상호 침투’를 강조한다. 여기에는 “자연과 더불어 인간, 인간의 거주지와 같은 문화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것들이 관계의 다양한 시스템들과 무한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아이디어에 불가분적으로 연동시킨다.” 그도 그럴 것이 생태학(ecology, ecologie)이라는 용어는 그 출발부터 이러한 문화의 영역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은 ‘집, 서식시, 생활 환경’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ïkos)’와 ‘학문, 담론’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의 합성어로, “살아있는 존재와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된다. 즉 생태학은 “인간과 생물물리학적, 사회학적 환경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의 생태미학은 생태적 자연뿐 아니라 사회학적 테마를 연구하는 미학으로 규정할 수 있겠다.

이번 행사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행사는 예술사회학적 테마에 근거한 채 예술을 통해 생태학, 생태미학의 담론을 탐구한다. 주최 측은 올해의 행사명에 ‘자연주의 지향 : 일상의 예술’을 부제로 달았고 행사의 주제를 ‘다시 자연으로 – 생명 속에 생명을 담다’로 내세웠다. 행사명에 ‘생태’라는 용어를 빼는 대신, 행사명의 부제에 ‘자연주의 지향’이라는 말과, 주제에 ‘다시 자연으로’이라는 말을 삽입함으로써 이 행사가 근본적으로 생태학의 담론에 기초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아울러 일견 자연과 생태에 반대적으로 보이는 ‘일상’이라는 용어를 내세워 자연과의 통섭을 도모함으로써 생태학이 지향하는 통섭의 담론과 사회학적 테제를 강조하는 전략을 취했다.

생각해 보자. ‘일상’은 대개 ‘인공의 현실’을 지칭함으로써 ‘자연’의 대립적 위치에 있는 것으로 자주 논의되어 왔다. 20세기 발전된 테크놀로지는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킨 면이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생태학에서 ‘일상’은 자연과 더불어 주요한 담론으로 부상한다. 특히 생태학자 캐롤린 머천트(Carolyn Merchant, 1936~ )가 ‘심층생태학(Deep ecology), 정신생태학(Spiritual ecology), 사회생태학(Social ecology)’을 모두 포함하는 통섭의 생태학으로서 ‘근본생태학(Radical ecology)’을 주창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유독 사회생태학을 강조하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그녀는 정신생태학과 심층생태학이 견지하는 ‘반인간중심주의’ 및 ‘반이성주의적 접근’에 대해 비판하면서 인간의 이성을 회복시키는 사회생태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여기에는 ‘인간중심적 접근(homocentric approach)’으로 인한 ‘일상’이 생태학의 주요한 연구 대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사회생태학에서 이성은 거부되거나 포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모두를 위해 더욱 진보시켜야 할 무엇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성으로 인한 인공적인 존재인 ‘일상의 예술’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순수예술의 장’으로부터 ‘현실의 예술의 장’으로 자리 이동되면서 최근 생태학의 사회학적 접근, 즉 사회생태학적 성찰을 보다 더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무엇이며, 이번 행사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Ⅱ.
지이아프의 생태예술운동과 올해의 출품작
지이아프는 2011년 이래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서 생태예술을 운동의 차원에서 도모한다. 즉 지이아프는 ‘주한프랑스대사관(Ambassade de France en Corée)’의 공식 후원과 영국 ‘헴스테드예술학교(Hampstead Schoo of Art)’와의 예술 교류 제휴를 통해서 〈지리산아트팜〉을 세계적인 자연주의 예술의 메카로 구축하기를 시도한다. ‘지리산생태아트파크’로 알려진 이러한 〈지리산아트팜〉과 더불어 ‘아트스트리트’, ‘아트빌리지’ 조성을 위한 ‘자연예술 공동체’ 기획팀을 설치하거나 ‘자연주의 예술복합시설(아트센터, 아트스쿨)’ 및 ‘생태아트 호스텔’을 착공한 것도 전체 프로젝트가 다각화되어가는 생태운동의 통섭 차원에서 실천되고 있음을 명확히 한다. 뿐만 아니라 2016년 ‘지리산 꽃상여’를 재현하고, 2017년 ‘서낭당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등 지리산-섬진강-남해안권 원형 문화를 현대화, 세계화함으로써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하려는 시도 역시 이러한 생태예술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대내외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이러한 생태예술의 결과물들이 운동의 차원으로 가시화되는 방식은 무엇보다 행사의 형식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지리산아트페스타(JIIAF)》의 두 행사인 ‘환경예술제’와 ‘환경디자인공모전’은 〈지리산아트팜〉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생태예술운동의 차원을 대외적으로 가시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두 전시 중 ‘환경예술제’의 출품작을 중심으로 지이아프의 생태미술운동의 의미를 고찰해 본다.

올해의 초대 작가는 누구인가? 지이아프가 자연환경예술 분야의 거장들을 초대하는 일은 2016년 영국의 크리스 드루리(Chris Drury), 2017년 에릭 사마크(Erik Samakh) 등을 초대한 이후 매해 지속되고 있는데, 올해의 초대 작가는 미국의 유명한 자연주의 조각가 제임스 설리번(James W. Sullivan)이었다. 그는 올해 레지던시 특별 작가와 ‘환경디자인공모전’의 심사위원으로 초대되었는데, ‘지리산-섬진강-남해안’권에 글로벌 자연주의 예술의 벨트를 조성하려는 주최 측의 노력에 부응하는 의미심장한 작품들을 제작해서 이번 예술제에 선보인다. 설리번은 나무, 볏짚과 회반죽과 같은 자연적 재료를 사용하여 인간의 몸을 탐구한다. 그것은 육적 몸이기보다는 내적 몸에 대한 탐구이다. 자연으로부터 기원하는 인간의 몸 역시 생로병사의 과정을 통해 생성과 소멸 그리고 순환이라는 자연의 질서와 본성에 순응한다. 이처럼 그의 작품에서 생태의 문제의식은 인간의 일상, 즉 현실계의 삶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임을 자명하게 드러낸다.

한편, 설리번을 필두로 한 ‘환경예술제’는 크게 《색깔 담은 길상화》와 《현대미술교류전》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한국 민화를 접목한 《색깔 담은 길상화》전은, ‘십장생도’를 출품한 권매화, ‘화조도’로 봄의 풍경을 담은 송진석, 한국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우영숙, 옻칠 회화의 진수를 선보이는 이영실, 전통의 형식에 현대의 풍속화를 담은 조명숙 그리고 전통을 현대화하는 사회학을 조형적으로 실천하는 진선미의 작품들로 꾸려졌다.

무엇보다 《현대미술교류전》의 출품작들은 이번 행사의 메인을 장식한다.

신용구는 서구적 신화로부터 온 내러티브를 혼성한 퍼포먼스와 그 결과물을 통해 현대인이 상실한 꿈의 조각들을 잇는다. 그의 작업은, 욕망으로 인해 날개를 잃어버린 이카로스(Icarus)의 내러티브, 실타래로 미로를 헤쳐 나온 아리아드네(Ariadne)의 내러티브, 산 위로 끊임없이 바위를 굴려야 하는 시지프스(Sisyphus)의 내러티브를 혼성함으로써 현대인의 삶을 투영한다. 결국 그의 퍼포먼스는 자연환경을 둘러싼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되묻는 정화(淨化) 의식이 된다.

김성수는 한국 전통의 민간 설화를 담은 오방색 숲의 풍경을 설치의 언어로 선보인다. 천장으로부터 매달린 섬유질은 신비로운 천상의 식물, 영혼을 입은 비의(秘衣) 혹은 숲의 정령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오방색 숲에는 차안(此岸)에서의 복을 기원하는 상서로운 기념 의식이나 피안(彼岸)의 영혼을 위무하는 제례 의식과 같은 주술적 세계가 태고의 자연계처럼 펼쳐진다. 가히 신화, 설화의 내러티브로부터 본유의 자연을 탐구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임영선의 출품작은 흙으로 빚은 조형에 유약을 바르고 구워 만든 희디흰 도자 두상이다. 삶과 죽음, 차안과 피안을 오가는 표정을 담은 얼굴은 현실계의 희로애락으로부터 하얗게 탈색된 채, 생로병사의 자연 본성에 순응하는 영겁 회귀의 여행을 떠나는 현자(賢者)처럼 보인다. 이미지는 현실계의 민초의 얼굴로부터 기인했으나, 그 속에서 작가는 자연의 근원으로부터 온 현자의 얼굴을 떠올린다.

김홍규의 작품은 자연환경과 더불어 살아갈 인간 주체가 상호 간 ‘동반자’의 관계임을 피력한다. 하트의 형상을 한 두 조형은 인간의 형상이며, 그 위에 쏟아져 내리는 폭포와 같은 조형은 자연의 형상으로 해석되기에 족하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의 동반과 더불어 ‘인간과 인간’의 동반을 의미한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한쪽 면은 버핑 효과로 거울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정경을 선보이고, 한쪽은 푸른색과 핑크색의 우레탄 컬러로 남과 여를 상징하는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동반자적 형상을 유감없이 시각화한다.

김이권은 평소에 인간 공동체 속에서의 상호 작용을 도모하는 다양한 예술 활동들을 실천해 왔다.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아트,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자신의 작업 중에서 이번 전시에는 평면 작업을 선보인다. 모노크롬에 가까운 추상화는 쌀종이 위에 흑연과 물감을 올리고 오려진 종이를 실로 연결한 작업이다. ‘변형, 다시 태어남, 모든 것을 위한 시간, 가족’과 같은 제목들은 그의 작업이 분리된 것들의 결합과 만남을 주선하고 상호 간에 화해를 도모하는 주제의식에 천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선태는 캔버스 위에 태초의 원시향(原始鄕)과 같은 생명력으로 넘치는 붉은색 추상 화면을 선보인다. 그것은 인간이 바닥에 홈을 만들고 벽을 쌓아 문명을 진전시켜 나가기 이전의 시원의 땅처럼 보인다. 검붉은 땅, 그리고 그 속에서 고개를 들면서 솟아나오는 알 수 없는 형상은 마치 지구의 주인이 되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인류의 탄생처럼 보인다. 그의 회화 속 원초적 자연과 인간 형상은 우리에게 문명 이전의 삶이 무엇인지를 더듬어 보게 한다.

배종헌은 콘크리트 옹벽의 거푸집 자국과 함께 자작나무 합판에 유화로 그린 회화를 선보인다. 일상의 사건이 만든 시간의 흔적과 작가의 개입이 혼재한 작품은 우연과 필연이 맞부딪혀 창출된 이상 낙원의 세계를 선보인다. 푸른색으로 가득한 무릉도강(武陵渡江), 무풍가곡(霧風佳曲)의 이상향은 비현실적 풍경이지만, 그곳에는 이상의 낙원이 이 땅에 가능하길 염원하는 작가의 소망으로 가득하다.

남효진의 출품작은 섬유의 씨실과 날실을 흙으로 빚어 표현한다. 자연/인간, 환경/예술, 질료/형식, 나아가 삶/죽음에 이르는 대립의 접점을 자연주의 미학 안에서 탐구함으로써 상호간 소통의 담론을 제시한다. 이 작품은 우리의 일상이 결국 자연으로부터 왔음을 차분한 조형 언어로 증명한다.

권순왕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거대한 천들을 설치한 작품을 통해 자연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하늘에 오르던 방패연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의 또 다른 작업은 동물의 피를 자양분으로 자라는 식물을 구상하여 오늘날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인간에게 비판적 메스를 가한다. 전자가 자연 기억에 관한 작업이라면 후자는 생태의 위기에 대한 성찰인 셈이다.

오태원의 출품작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커다란 거미줄이다. 그 위에 맺힌 영롱한 아침이슬처럼 신비한 물방울들을 설치한 그녀의 작업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추억을 불러온다. 그것은 문명화된 현실을 탈주하는 ‘도피처로서의 자연’이기보다 인간의 현실계에 가져온 ‘일상과 한 몸으로서의 자연’이다.

정욱은 일상 속에 가득한 흔한 오브제들로부터 자신의 예술을 가져온다. 일회용 알루미늄 접시를 캐스팅하고 구워낸 하얀 도조 작품은 일상 속 원본의 이미지를 탈각시키고 예술로 거듭난다. 반복적 나열을 통한 멀티플 아트의 형식 속에서 그의 흔한 오브제가 빛을 발하는 까닭은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동시대의 미학을 통섭의 생태학과 오버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첸웬링의 작품에는 중국발(發) 설화의 동물들이 만드는 풍자의 세계로 가득하다. 거북이, 원숭이, 황소, 곰과 같은 동물은 인간 군상과 힘을 합쳐 서구적 아이콘을 샌드위치처럼 밀쳐내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를 만든다. 타이어, 그리스 조각상과 거꾸로 박힌 미국의 자유여신상은 중국에게 대항할 ‘서구의 무엇’이지만, 함께 생존, 번영해야 할 이웃이기도 하다. 현실계를 비판적으로 개혁함으로써 생태계의 위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사회생태학의 함의가 엿보이는 작업이다.


Ⅲ.
생태학 담론과 지이아프의 미래적 전망
올해의 전시는 하나의 실험이다. 흔히 ‘자연’과 반대편에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일상’을 화두로 삼아 자연환경적 예술과 생태미학을 성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동시대의 사회생태학은, 심층생태학과 정신생태학이 모두 반대하고 있는 ‘인간중심적 접근’을 되살려 인간의 이성을 회복하고, 오늘날 생태 담론의 주인공이 인간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상’은 생태학에서 주요 테마가 된다. 다만 이러한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상 속 자연’ 혹은 ‘자연 속 일상’의 생태 담론을 시각화하는 커뮤니티아트에 천착하는 작업들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혼재시키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일상 속 생태학을 현실의 언어로 되살려내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전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효율적 메시지 전달의 방식보다 개별 작가들의 출품작들이 함유하는 풍부한 메시지 자체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예술은 이미 ‘일상과 자연’, ‘일상으로서의 자연’에 대해 자신만의 언어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즉 이번 전시에는 그 어떤 전시 전략보다 개별 예술가들의 심층생태학, 정신생태학적 해석을 엿보는 재미로 가득하다. 특히 시각예술을 위주로 한 이번 기획전에서, 시각예술 매체의 비언어적(non-vergal) 특성상,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메시지 너머에서, 관객들은 생태 담론과 관련한 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오늘날 주요 화두인 사회생태학적 담론이 지이아프의 향후 전시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펼쳐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