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ism-2021

J.
메타꽃밭, 메타생태계를 위한 5개국 57인전
in honor of Mago Hal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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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록
Sim Eunlog – 전시기획, 동국대 겸임교수

겨울의 문턱에,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꽃들이 한국에 모여들어 각양각색의 화려한 꽃밭을 만들고 있다. 열대지방에서 냉대동계건조기후(Dw)로 옮겨졌음에도 더할 나위없이 활짝 핀 꽃들은 국가간 식물검역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 생태계 교란의 염려도 전혀 없다. 확장된 의미의 메타버스에 심겨질 영상작업이기 때문이다. 꽃들의 속삭임과 향기, 자라난 시간의 리듬과 공간의 울림까지 전달하기 위한 ‘메타꽃밭’ 전시(MetaFlowerbed, 기획 및 영상제작 심은록)(2)가 지리산 아트팜에서 10월 26일부터 개최된다. 이 전시는 세네갈(39명, 99작품)을 주빈국가로, 페루 (7명, 14점), 아르헨티나 (4명, 12점), 미국 (1명, 10점), 한국 (6명, 27점), 등 총 57명의 162작품 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영상의 주요 소스가 되었던 십여 점의 세네갈 오리지널 회화작품과 태피스트리(tapestry)도 함께 전시된다.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움과 경건함을 주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내 위에서 항상 반짝이는 별을 보여주는 하늘이며,
다른 하나는 나를 항상 지켜주는 마음속의 도덕률이다.” – 칸트
(3)

인공지능과 인간존엄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칸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다.(4) 이 주제와 더불어, 오늘은 “놀라움과 경건함을 주는 […] 항상 반짝이는 별을 보여주는 하늘”에 무게 중심을 두고자 한다. 동서양 구분없이, “하늘의 꽃은 별이며, 지상의 별은 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적(詩的) 감성에 의하면, 별이 있는 하늘은 꽃밭이고, 꽃이 많은 땅은 별밭이다. 이 전시는 메타버스 내의 꽃밭과 별밭을 재현하기 위한, 즉 메타세계의 시공간과 관점을 모색하기위한 전초작업으로, 각국 현장에서 담긴 작가들의 삶과 미학이 담겼다. 각 작품에는 별을 헤아릴 때의 경이로움과 경외심이 담겨있고, 작품 한송이 송이마다 인간 생명의 소중함과 존중을 품고있다.

인류 모두가 Covid-19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터널 끝에 어떤 세계가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예상되기에, 많은 작가들이 긴장하며 준비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이 문법에 맞춘 첫 번째 시도가 이곳 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 (Jirisan(Mt.) Arts Festa and Awards, 이하 JIIAF)에서 국제전으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아날로그 장소에 디지털이 접목되고,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도 세네갈의 성스러운 나무인 바오밥이 지리산에 심겨진다. 역시 페루의 성스럽고 남미의 태양을 닮은 깐뚜따(cantuta) 꽃도, 아르헨티나의 신비를 품은 피토라카(Phytolacca dioica)도 만개한다. 성스러운 초목들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 지역의 향기와 공기를 담아와 지리산 꽃밭에, 지리산 아트팜(Jirisan Art Farm)에서 활짝 피어난다. 마고할미의 기를 받아, 메타세계의 제 2창조가 이뤄지며, 레오폴드 세다르 상고르(Léopold Sédar Senghor 1906 –2001)(5)가 말했듯이, “창조행위에 동화하는 능력”이 전개된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시, 기도, 우주적인 힘과 신속에 깃들인 창조행위에 동화하는 능력, 바로 이것이 흑인의 가치와 표현력의 근원을 이룬다. 자연히 「이미지」는 겉에 드러난 모습을 초월하여 생각의 깊이 속으로 뚫고 들어간다. 이것이 「니그로·아프리카」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중앙일보1979.03.24자)

바스키아에게 붙여졌던 “검은 피카소”라는 명칭도 명예스럽지만, 가장 아름답고 부러운 명칭은 “검은 오르페우스”가 아닐까? 이 명칭이 레오폴드 세다르 상고르에게 주어졌다. 이 전시의 영상에도 그의 시가 소개되는데, 그는 유럽에서 유명한 시인이자,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세네갈의 초대 대통령이었다.

영상의 대부분 백그라운드는 아우라가 시각화된 오로라, 우주 등을 배경으로 이뤄진다. 밤하늘의 별은 그 크기가 모두 다르며, 지구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달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것으로 발견된 별은 134억광년에 있다. 상상조차 불가능한 시공간적 차이는 ‘알면 알수록’ 더욱 신비롭고 기이하다. 지상의 별인 꽃 한송이, 풀 한포기는 우주의 신비를 담고있는데, 먼 우주에서 온 빛을 무심코 지나치는 우리와 달리, 빛을 머금고 살아가기에 그러하다. 하늘과 땅, 별과 꽃을 재현하기 좋아했던 유럽미술계의 거장 안셀름 키퍼는 거대한 캔버스에 하늘까지 닿을 듯한 밭을 묘사하고, 고랑고랑마다 시를 씨처럼 뿌렸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거대하고 웅장한 서사시같다. 지구상에 온갖 종류의 농장에서 동식물이 자라고있는데, 독특하게도 지리산 ‘예술농장’(art farm)은 문자 그대로, 시의 씨를 뿌리고 예술 묘목을 심는다. 그리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예술제, 교육, 작가 레지던스, 등 다양한 영양제와 물을 제공한다.

AI의 발전으로 미술의 종말이 다시 언급된다. 그러나,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도 미술의 종말이 거론되었으나, 오히려 더 다양한 미술의 가능성이 빅뱅처럼 터져 나왔다. 마찬가지로 AI와 구별된 인간의 창조력이 더욱더 발휘될 때다. 또한 IT 강국과 약소국 사이에 발생되는 디지털 차별화도 중요안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듯이, 우수한 ICT 인프라를 지닌 한국(6)의 예술관계자들은 이러한 차별화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시도한 것 역시 이번 전시의 개최 이유 중 하나이다. 세네갈이나 라틴아메리카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Covid-19가 아니더라도, 왕래가 쉽지않은 곳의 작가들과 서로 가능한 범위 내의 협업을 통해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이 가능해 진다. IT 기술발전 덕분에, 기술적, 지리적, 경제적 등 다양한 이유로 전시를 할 수 없었던 작가들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고, 전세계 관람객과도 만날 수 있다. 지리산 만의 독특한 시원(始原)의 기(氣)와 마고할미의 아우라도 투브칼 산(Toubkal)이나 킬리만자로 산(Mount Kilimanjaro) 만의 고유한 기운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메타꽃밭’展은 디지털 차별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미술평론도 지금까지는 언어로만 행해졌으나, 이미지, 움직임, 리듬과 음악, 이를 총제적으로 담은 영상으로도 가능하다는 시도를 한 첫 번째 전시이다.

서구의 정원과 아시아의 꽃밭은 다른 의미와 기원을 지니고 있는데, 꽃밭이 동양적, 특히 무속적으로 해석될 때는 의미가 고유해지고 더욱 풍부해 진다. 무속에서 “꽃은 인간생명”이며, “꽃밭은 현상계를 위한 생명의 공간”이자 “비익신선(比翼神仙) 환생의 세상”이다.(7) 이러한 “생명의 공간”은, 메타 시대의 도래와 관련하여, 그동안 공리주의에 의해 강요되었던 소수자 희생에 대한 문제제기, AI 도덕성과 관련된 인간 존엄성, 실제 생태계와 메타생태계의 연관성, 기후 문제, 등을 포괄하고 있다. ‘생명의 공간’은 모든 종류의 생명에 대한 경외를 바탕으로 구축된다는 것을 ‘메타꽃밭’展은 시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애써 주신, 마마두 게 파이(Mamadou Gueye Faye)대사와 주한 세네갈 대사관, 최동환 전 세네갈 대사, Mme. Marieme BA 다카르 비엔날레 사무총장, Mme. Niang 전 세네갈 국립갤러리 관장, Mr. Germain COLY 문화부 영화진흥국장, Mr. Aloyse Ndam DIOUF 장식예술 및 공예총국장, Africa insgiht, 아트플러스 갤러리, ACC프로젝트와 에스빠스리좀(대표 하효선), CGAM Museum (대표 에스더 김), 특히 지리산에 메타꽃밭을 펼쳐준 가람 김성수 대표께 감사드린다. 마고할미께 바치는 이 전시가 할미의 맘에 흡족해서, 내년에는 그의 넘치는 ‘흥興’이 다카르, 부에노스아이레스, 리마, 뉴욕까지 넘쳐나기를 바란다.

영상을 만드는데, 참여한 작가들은 아래와 같으며, 이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Senegal (39명, 99작품) : Aicha Aidara, Amadou Lamine Seck, Amadou Mactar GAYE, Amary Sobel DIOP, Armin, Awa Ndiaye, Baye Mballo Kebe, Chalys LEYE, Ibrahima Fall-Mbida, Ibrahima NIANG, Ismaila WEBER, Kemboury BESSANE, KINE AW (AW Fatou Marie Françoise), Mahamadou Khéraba TRAORE, MBAYE BABACAR DIOUF, Mor Guéye, Mouké, Moustapha Badiane, Moustapha LEYE, Ndéye Sigueu NDIOUR, Ndoye Douts, Sea, Sidy Diallo, Yakhya Ba (25명 82점) / [Tapisseries] Amicales des Etudiants des MSAD, Aziz KEBE, Baye Mor GUEYE, Fode CAMARA, Joseph COLY, Kalidou KASSE, Khalifa GUEYE, Madeleine Deves SENGHOR, Mamadou GAYE, Mamadou WADE, Mbaye Babacar DIOUF, Mohamed NDIR, Mouhamadou MBAYE, Sidy Ndiaye GAYE (14명 17점)
Peru(7명, 14점) :  Yirianne Kahn, Magaly Sanchez, Toto Fernandez, Flavia Melendez, Sara Merel, abi Gracia, Maria del Carmen Romero
Argentina (4명, 12점): Nilda Rosemberg, Nazarena Mastronardi, Rosario Arias Usandivaras, Lorena Pradal
U.S.A. (1명, 10점): Bryant Small
Korea(6명, 27점) : 한홍수, 오만철, Allan Choi (최효형), 허지나, 이소, [장식화] 최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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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림푸스 산에는 12신이 거주하듯, 지리산에는 마고할미를 비롯한 여러 산신들이 살고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마고할미를 비롯한 여성 창조신은 무로부터의 창조인 1차 창조 후에, 자연과 산천 등 세상 일부를 형성하는 제2차적 창조 행위를 담당한다. 반면에, 또다른 전승에는, 마고할미가 코를 골며 자다가 하늘을 내려앉게 해서 카오스 상태를 만드나, 깨어나 하늘과 땅 등을 만드는 1차 창조에도 관여한다. 무조신(巫祖神)인 할미는 무당들에게 힘을 물려준 후 승천한다(혹은 여덟 딸을 팔도에 보내 무당을 만들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가 섞이는 현재는, 새로운 시공간과 관점이 형성되는 제2차적 창조가 일어나는 시기이기에 마고할미가 거주했던 지리산에서 전시가 개최되는 것은 여러가지 상징적 의미를 함유한다.

(2) 총 57명의 작가 162점을 기반으로 영상이 만들어 졌으며, 세네갈 작품 이미지를 위해서는 Mme. Niang 전 세네갈 국립미술관장, Mme. Marieme Ba 다카르 베엔날레 사무총장, 최동환 전세네갈 대사, Mbodj 공사가, 페루와 아르헨티나 작품을 위해서는 하효선 ACC프로젝트 대표, 미국과 한국 작품 이미지를 위해서는 에스더 김 CGAM대표의 추천과 협조가 있었으며, 이들 모두는 영상제작의 빠른 진행을 위해 작가들의 대리인 역할까지 감수했다. 이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3) 칸트의 묘비명이자, 『실천이성비판』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

(4) AI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된, “트롤리 딜레마 Trolley Deilemma”와 관련하여, 크게는 칸트의 의무론과 벤담의 공리주의로 의견이 나뉘고, 다양한 견해가 이 사이를 오간다. 이 문제는 B.C.2세기에 이미 ‘카르네아데스의 널판지 plank of Carneades’에 기원을 두고 있다.

(5) 1948년 상고르는 “마다가스카르와 흑인 시 선집 Anthologie de la nouvelle poésie nègre et malgache”라는 프랑스어 시집을 편집했으며, 이 책에 장 폴 사르트르는 “Orphée Noir”(검은 오르페우스)라는 제목의 서문을 썼다. 1981년, “Poems of a black Orpheus”(Wiliam Osley역, Menard Press, 1981)에 영어본으로 상고르의 시가 출판되었다.

(6)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글로벌 AI 인덱스’(2020.2)에 의하면, 한국의 AI 생태계 수준은 54개국 중 종합순위 8위이다. 한국의 우수한 ICT 인프라에 비교하면, AI 산업 성장은 더딘 편이다.

(7) 약 10만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은 시신에 황토칠을 하고 꽃을 덮어주었다고 한다.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커다란 차이는, ‘이성/감성’이 아니라, ‘미적 오브제의 차이’와 ‘그 나눔’에 있지 않을까? 최초 인류는 자연에 널린 아름다움(꽃)을 수집해서 사랑하는 연인 뿐만 아니라, 죽은 자에게도 선사했다.